낮은 목소리2 아시아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 Habitual Sadness, 1997

개요 다큐멘터리 | 71분 | 1997.08.23 국내개봉

제작 한국

감독 변영주

출연 윤두리, 김복동, 심미자




'나눔의 '에서 함께 살아가는 할머니들은 채소를 심고 닭을 치며 그림을 그린다. 세상의 여느 할머니들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할머니들에게는 잊을 없는 그리고 잊어서는 안될 기억, 역사의 흔적이 있다. 위안부로 짓밟혔던 고통의 세월들, 전쟁이 끝나 고향에 돌아와서도 상처 받았던 시간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다른 할머니의 아들 손자들을 때면 마음이 아프고, 민간자금으로 문제를 적당히 덮어 버리려는 일본 정부의 행태를 보면 분노가 치솟는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오욕의 세상이 안타깝고 두렵다. 할머니들의 슬픔은 격렬함을 거둔 대신 일상화되고 습관적인 것이 되어버렸다. 전편이 할머니들의 고통과 역사적 의미의 형상화에 공을 들였다면, 2편은 이와 같은 할머니들의 일상과 일상 속에 스며 있는 슬픔을 보여준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낮지만 당당한 목소리를 들어라 (씨네21, 2007.07.06)

 

내 몸은 너의 부끄러운 죄와 내 정신의 자유가 투쟁하는 곳이다.

<낮은 목소리 삼부작: 낮은 목소리, 낮은 목소리2, 숨결>


1970년대의 어느 날, TV를 보다 ‘일본군위안부’(당시엔 ‘정신대’라는 끔찍한 이름을 썼다)에 대해 처음 들었다. 뜻을 묻자 어머니는 놀란 듯 대답을 얼버무렸으니, 군위안부는 수치스럽고 숨겨야 하는 것을 상징하는 이름으로 기억에 남았다. 김학순 할머니가 전쟁터에서 성노예로 착취당했다고 처음 증언하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쟁점으로 떠오른 뒤에는 화가 났다. 피해자로서 떳떳하게 사죄와 배상을 요구해야 할 사람들이 권리를 빼앗긴 채 음지에서 살았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어쩌다 언론에서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흥밋거리로 다루거나, 민족주의적 감정을 자극하는 TV물이 나돌 때면 이건 아니다 싶었다. 그즈음, 변영주와 기록영화제작소 ‘보임’은 <낮은 목소리>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어떠한 제작지원도 받지 못한 그들은 ‘100피트 회원’을 모으고, 기념품을 만들어 팔고, 영화가 완성된 다음엔 직접 필름을 들고 다니며 독립영화 제작·배급방식을 개척했다. 오가와 신스케의 작품을 보고 필름 다큐멘터리를 찍고 싶었던 변영주는 오가와쪽에서 장비를 지원받아 <낮은 목소리>를 찍었다. 필자는 오가와 다큐멘터리의 완결부에서 매번 무게를 헤아리기 힘든 감동을 받곤 했지만, 솔직히 도입부의 지루함을 견디기 힘든 때가 많았다. 그런데 <낮은 목소리 삼부작>은 달랐다. 1부 <낮은 목소리>부터 전해지는 떨림은 꼭 한국인이어서만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할머니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며(변영주의 표현을 빌리자면 ‘연애하는 과정’을 거쳐) 관계를 맺은 자의 진심이 관객의 가슴 깊숙이 스며들었기에 가능한 일이었고, 마침내 대상이 주체가 되는 완결편 <숨결>에 이르러 <낮은 목소리 삼부작>은 다큐멘터리에서만 가능한 위대한 순간을 창조해낸다.

삼부작의 한글제목도 좋지만, 영화를 더 잘 설명하는 건 영어제목이다. 1부는 ‘속삭임, 중얼거림’(The Murmuring)이다. 할머니들에게 카메라는 낯선 존재이고 카메라를 보고 말하는 건 어색한 일이며 과거가 그들의 얼굴을 돌리게 만든다. 2부의 제목 ‘일상적인 슬픔’(Habitual Sadness)은 역설적이다. ‘나눔의 집’에 모여 사는 할머니들은 텃밭을 가꾸고 손님을 맞으며 일상의 즐거움을 터득해 나가고, 폐암 선고를 받은 강덕경 할머니는 카메라가 자신의 모습을 끝까지 담아주길 원한다. 3부 ‘나의 숨결’(My Own Breathing)에서 할머니들은 당당하다. 이용수 할머니가 다른 할머니와 마주 앉아 진실을 꺼내며, 과거를 수필로 기록해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한 김윤심 할머니에게선 이제 부끄러움을 찾을 수 없다. 변영주의 바람대로, 삼부작은, 용기와 희망을 가르쳐준 그들 할머니를 세상 사람들이 사랑하게 만든다.

챕터 기능이 없는 DVD다. 여기저기 넘기며 보지 말라는 뜻일 게다. 영상과 소리에 대해선, 나쁘다고 불평하기가 쑥스러운 경우다. 넘어가도록 하자. 매편 제공되는 ‘감독 코멘트’(19분, 9분, 12분)는 일반적인 음성해설을 대신한 것으로서, 제작 과정, 에피소드, 후일담 등을 상세하게 전달한다. 그 외에 할머니들의 투쟁을 연대순으로 정리한 ‘끝나지 않는 목소리’(13분), 감독이 영화평론가 김소영,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 조영각과 ‘역사적 트라우마와 그 치유의 과정으로서 다큐멘터리 작업’, ‘<낮은 목소리>가 독립영화에 미친 영향’을 주제로 각각 나눈 대담(61분, 32분)을 수록했다. 제작노트 등에서 발췌, 구성한 150페이지짜리 자료집도 빼놓을 수 없다. 감독은 단지 과거를 알기 위해서가 아니라 할머니들을 느끼는 데 DVD가 유용하게 쓰였으면 한다는 의견을 피력한다. 어디 그것뿐이겠나, <낮은 목소리 삼부작>을 본다는 것은 전쟁과 착취와 폭력에 의해 짓밟힌 여성의 역사를 바로 세우는 작업이기도 하다. 그 신념에 동참하기를 간절히 원한다. ‘독립영화데이터베이스’에서 구입 가능하다.


▶ 원문 더보기: http://movie.naver.com/movie/mzine/read.nhn?office_id=140&article_id=0000008209

 



위안부 할머니들 아픔 다룬 영화.. [낮은목소리2] 日 상영 (2015.4.27)


■ 1996년 4월 27일


24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동(89) 할머니가 일본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용수(87) 할머니도 이날 미국 국회의사당에서 기자들을 만났다. 두 할머니는 위안부 피해의 참상을 알리며 눈물을 흘렸다. 일제의 위안부 강제 동원을 부정하고 역사적 아픔을 왜곡한 채 미국 방문에 나서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 보내는 경고의 메시지였다.

1996년 오늘, 일본 도쿄의 박스 히가시 나카로 극장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가 상영됐다. 훗날 '화차' 등을 연출한 변영주 감독의 '낮은 목소리:아시아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2'였다.

하지만 일본 우익은 이를 방해하고 나섰다. 이날 오후 1시30분께 한 청년이 갑자기 소화기를 분사한 것이다. 우익단체 회원인 청년은 로비로 뛰어나가 현지 영화 배급사 판도라의 직원 등 관계자들에게도 '만행'을 저질렀다. 우익단체들은 판도라에 상영 중단을 협박하는 전화를 걸기도 했다. 그럼에도 '낮은 목소리2'는 이후 6주 동안 도쿄와 후쿠오카, 오사카, 나고야 등을 돌며 관객을 만났다. 영화는 1993년 7월부터 95년 4월 3일까지 사전조사와 본격 촬영 등 과정을 거쳤다. 10만 피트(30여km)의 필름에는 '나눔의 집' 할머니들과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세 할머니가 겪운 참상의 역사와 아픔이 담겼다. 수백여명이 100피트 필름값을 후원한 영화는 16mm 다큐멘터리 영화로는 국내 처음으로 1995년 4월 29일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등에서 개봉했다. 마침 영화 탄생 100주년이었고 광복 50주년을 맞는 해이기도 했다.

변영주 감독은 1992년 성매매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아시아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을 제작하다 '기생관광' 일본인들을 상대하던 한 여성의 어머니가 위안부 피해자라는 사실에 아파하며 '낮은 목소리2'를 만들었다. 1991년 야마가타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만난 다큐멘터리의 거장 오가와 신스케 감독을 무작정 찾아갔던 변 감독은 이듬해 그가 숨지자 유족에게 간곡히 요청해 받은 고인의 카메라로 촬영에 나서기도 했다. 그리고 영화는 1995년 10월 야마가타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오가와 신스케상을 받았다. 변 감독은 2년 뒤 그 속편 그리고 1999년 완결편인 '숨결'을 완성했다. 그 3년 전 위안부 피해의 참상이 폭로되는 것이 두려웠던 우익청년은 약 10여일 뒤 경찰에 체포됐지만 일본 우익의 '폭력'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원문 더보기http://magazine.movie.daum.net/w/magazine/film/detail.daum?thecutId=19219